가로로 자른 베이글의 아래쪽 조각을 회전식 토스터에 넣는다. 최대한 오래 구워질 수 있도록 끝부터 넣는 것이 중요하다.
"Good morning, sir?"
"Tea, please."
토스터에서 나온 베이글을 들고 안내받은 자리로 간다. 오늘이면 캐나다에서 지낸지 한 달이다. 떠날 곳이 필요했을 때 마침 출장이 잡혀서 다행이었다.
"Everything's OK?"
"Yes, thank you."
급사가 두고 간 홍차를 잠시 바라본다. 역시 베이글과 차는 어울리지 않아. 베이글에겐 베이글의 세계가 있고, 차에게는 차의 세계가 있는 법이지. 차에 크림 치즈를 바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야. 이쪽이 홍차라면 저쪽은 베이글이라고 할까.
비행기가 인천 공항을 뜨는 순간 저쪽의 세계는 멈추어 버렸다. 나는 기차를 갈아타듯 다음 시간으로 건너온 것 같았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지난번 열차에 남은 사건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말...그런가, 친구?"
"평범한 주전자는 말을 하지 않아."
주전자는 조금 어눌한 말투었다.
"한...달쯤 되니 마음이...놓여서 말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내...생각엔 반대인...것 같은데 말야. 멈춘 것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시간은 내가 탄 객차를 떼어낸 채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을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이쪽에 멈추어 있는 동안 저쪽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을 것 같다.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식사를 서둘러 마친 뒤 전화기로 향했다.
# by 냐루키 | 2004/09/15 23:28 | 소설 | 트랙백(1) | 덧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