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구단지를 갖게 된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을만큼 전의 일이다.
게다가 가구단지라고 하면 역시 큼지막한 손잡이와 반들거리는 갈색이어야 하는데, 내것은 얼핏보면 손잡이로 보이는 게 없을 정도로 낡았다.
어느 일요일 오후, 나는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 슬슬 일어나 스파게티를 해먹을까, 된장국을 끓일까 고민하고 있었다. 집에는 스파게티도, 파도 없다. 그 생각이 들자 그냥 맥주나 마시기로 하고 막 부엌으로 가려던 참에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십니까"
"가구단지 수리공입니다"
"...들어오시죠"
가구단지 수리공들은, 어느 집 가구단지가 깨졌는지, 어느 집에서 어느 집으로 갔는지, 어떻게든 알아내는 수완을 발휘한다. 도청이라도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수리공이 들어와 가구단지를 찾아 앞에 앉았다.
"맥주라도?"
"일하는 중이라서요"
전혀 생각없다는 뉘앙스다. 가구단지 수리공들은 영 뻣뻣하다.
수리공이 일하는 동안, 나는 맥주와 찬장 구석에서 발견한 비스킷에 잼을 발라 먹었다. 수리는 간단했다. 제대로 된 가구단지는 아니지만 딱히 크게 망가진 데는 없었다. 아마 구석에만 박아놔서 그렇겠지. 수리가 끝났는데도 수리공은 가구단지를 가만히 바라 보고 있었다. 집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딱히 대화를 해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나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갑자기 수리공이 말했다.
"가구단지는..."
"..?"
"가구단지는 일주일에 두번씩 얘기를 해 줘야 합니다. 일요일이 좋지요."
"..."
할말도 없는데, 큰일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가만히 바라보자 수리공은 아무 말 없이 짐을 챙겨 돌아갔다.어쩐지 비난 받은 기분이 들었지만 딱히 할 말이 없어, 맥주를 든 채 쇼파에 앉아 TV를 켰다. 문득 가구 단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고 가구단지를 바라 보았다.
# by 냐루키 | 2004/09/12 14:54 | 소설 | 트랙백 | 덧글(0)